문서

잠자는 자전거/박정원

향기로운 재스민 2013. 4. 16. 07:33

 

잠자는 자전거

 

박정원

 

 

그가 지나온 길들이 나무에 기대어 있다

왼쪽은 위로 오른쪽은 아래로 향한 페달

밟으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내

힘을 밭여주던 체인도 털털거리며 달리던 바퀴도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혼자 힘으로 결코 나아갈 수 없는 페달처럼

낭떠러지 직전에 멈춰버린 브레이크처럼

위태로운 발자국들 그림자들

수많은 정차, 왼발 오른발 무릎을 꺾었던 경계선 끝에

룰루랄라 달리던 시간들도 얼기설기 비친다

사내가 부린 짐들도 비켜서 있다

어깨를 내어준 나무가

오르내리던 길에서 만난 응달까지도 불러와

고요히 토닥이고 있다

저러고 싶을 때가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기대어

깨워도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기지개를 켜고 스스로 걸어 나갈 때까지

마냥 지켜보고 싶은 풍경을 영원히

덧칠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박정원 시집 『뼈 없는 뼈』 중에서

 

 

**생각들을 나열해서 쓴다

 

 

2013. 04. 16    향기로운 재스민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대를 먹다가/전명숙  (0) 2013.04.24
뿔/김순진  (0) 2013.04.18
치자꽃/김순진  (0) 2013.04.15
서오릉에서  (0) 2013.04.08
[스크랩] 신세대 윤성택 시인을 찾아서 / 김순진  (0) 2013.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