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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김순진

향기로운 재스민 2013. 4. 18. 04:46

 

 

Rainmelody Waltz _ Cynthia Jordan

 

 

 

 

뿔 

 

김순진

 

 

나는 뿔이 많습니다

아무 때나 뿔이 납니다

중학교를 안 보내준다고 했을 땐

뿔이 풀밭처럼 무성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갔을 땐

뿔이 많이 길었습니다

대학가고 싶은 나를 보고

공무원 다니라던 아버지를

받아도 보았습니다

몇 번 망한 나를 가둘 외양간이 없어졌을 때

내 뿔은 쥐뿔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향해 뿔을 마구 휘둘렀을 때

나에게 받힐 것은 아무것도 없는

내 뿔은 개뿔이었습니다

 

고뿔이 든 채 밤을 새워 시를 쓰고도

사무실 임대료를 걱정해야 하는

나는 아직도 뿔이 납니다

무엇이라도 치받고 싶은 나는

엉덩이에 뿔난 못된 송아지입니다

 

 

 

*제 6강 묘사발상법 중에서....

 

 

이상 시인의 『오감도』나 오규원 시인의 시를 읽어보아야....

 

 

2013. 04. 18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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