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를 먹다가 /전명숙
피곤이 땅거미 지듯 몰려드는 날
순대 속 같은 전철에서 나와
영등포역 건너편 노점으로 간다
달빛 웃음을 국물에 타 건네주는 아줌마
코끝이 청량고추 맛 오뎅국물을 먼저 마신다
똬리처럼 말아놓은 순대 삼천 원어치 시켜
매콤한 떡볶이양념에 찍어먹는다
근심을 찍어먹고 수다를 찍어먹다 신랑까지 찍어먹으며
미완의 미래를 후륵후륵 들이마신다
돈 걱정 푸념에 질리지 않는 오뎅 한 꼬치 입에 넣으면
울긋불긋한 가을로 달리는 기차처럼 편안하다
그런 가을 촉수를 적시는 국물 맛
은근이 베어난 통무국물이 근심을 헹궈내고
노점 아줌마의 얼굴이 환하게 피는 날
도시의 달, 더욱 그렁하다
『밤비에 꽃잎지고』도서출판 문학공원 . 고려대학교 시창작과정 에서.....
제 44회 스토리 문학관 정기 시낭송회 엔솔로지
*전명숙 편집장님의 시 (P 52)
2013. 04. 24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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