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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어서 가려고/향기로운 재스민

향기로운 재스민 2013. 10. 11. 08:11



 

Fading Away _ Ramzi P. Haddad

 

 

 

 

 

 

보고싶어서 가려고

 

향기로운 재스민

 

 

 

내일은 영월 김삿갓 문학제에

갈려구 하는데 말야

 

내년 2월이면 다리가 연결된다면서

오래간만에 걸려온 그녀의 전화

새벽에 다시 읽은 유홍준의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을

읽어주고 싶다

 

저녁 상가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亡者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되지고기 삶은 마당 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

담장 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북천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평생을 가슴에 큰별 하나 묻고

공기 좋은 것 찾아 가서 산다는 그녀

올해 농사로 호박 고구마를 밤과 함께 보낸다고

오랜만에 걸려 온 전화는

하기 어려운 전화를 먼저 해 주어서 고맙다고 전하면서

<그림자는 태양을 기다리지 않는다>의

'환희 엄마'는 읽을 수 있겠구나 상상해본다 

 

 

2013. 10. 11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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