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ding Away _ Ramzi P. Haddad
보고싶어서 가려고
향기로운 재스민
내일은 영월 김삿갓 문학제에
갈려구 하는데 말야
내년 2월이면 다리가 연결된다면서
오래간만에 걸려온 그녀의 전화
새벽에 다시 읽은 유홍준의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을
읽어주고 싶다
저녁 상가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亡者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되지고기 삶은 마당 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
담장 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북천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평생을 가슴에 큰별 하나 묻고
공기 좋은 것 찾아 가서 산다는 그녀
올해 농사로 호박 고구마를 밤과 함께 보낸다고
오랜만에 걸려 온 전화는
하기 어려운 전화를 먼저 해 주어서 고맙다고 전하면서
<그림자는 태양을 기다리지 않는다>의
'환희 엄마'는 읽을 수 있겠구나 상상해본다
2013. 10. 11 향기로운 재스민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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