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놓치다 - 손세실리아 -
골판지 깔고 입주한지 얼마 안 되는
말수 없고 어깨 심히 휜 사내를 향해
눈곱이 다층으로 따개비를 이룬
맛이 살짝 간
나 어린 계집의 수작이 한창 물올랐다
농익은 구애가 사내의 귓불에 가닿자
속없는 물건은 불끈 일어서고
새벽, 영등포역
지하도에 내몰린 딱한 사내와
쫓겨난 비렁뱅이 계집이 눈 맞았는데
기어들어 녹슨 나사 조였다 풀
지상의 쪽방 한칸 없구나
달뜨고 애태우다
제풀에 지쳐 잠든 사내 품에
갈라지고 엉킨 염색모 파묻은
계집도 따라 잠이 들고
살 한 점 섞지 않고도
이불이 되어 포개지는
완벽한 체위를 훔쳐보다가
첫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고단한 이마를 짚고 일어서는
희붐한 빛,
저 철없는 아침
----------------------------------------------------------
* 손세실리아 시인의 시를 찾다가.....
"기차를 놓치다" 제목의 시를 이렇게 ....
2014. 03. 31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골 창녀/김이듬 (0) | 2014.04.14 |
---|---|
선운사에서 최영미(1961 _ ) (0) | 2014.04.14 |
[스크랩] 목련 후기(後記)/ 복효근 (0) | 2014.03.30 |
달팽이/김순진 (0) | 2014.03.29 |
기억형상합금/공광규(1960 ~ ) (0) | 2014.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