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처럼 (1)
김방주
그가 삼국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열다섯 해가 지나도록
벽돌처럼 박혀있는 책들 가운데
어느 표지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사람이
소심한 서지학자처럼 처음으로 책을 빼 들었다
날마다 신문의 굵은 활자체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알고 감사했었는데
그가 무궁화처럼 환하게 피어나고 있다
무궁화나무가 녀년에는 얼마나 더 많은 꽃을
무성히 피워올릴지 지켜보는 설레임이 크다
나는 그의 곁에서
이규리의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를 읽는다
(2014. <시와 시와> 계간 제 8호 겨울호에....)
무궁화처럼( 2)
김방주
석달에 한번씩 돌아오는 그 날을
소풍을 가는 것처럼 즐거워 한단다
나 보다 더 어려운 친구를 찾아가
만나 볼수 있음에,
꼭 가야 할 필요한 곳에 가서
계산하며 혼자 다닐 수 있음에,
이발소에서 우연히 만난 아들에게
제가 '내 아들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음에,
새해 문자 메시지로 안부 인사를 묻는 친구에게도
'니는 어떻노?' 다음에 '나는 그럭 저럭 지낸다'로 대답할 수 있음에,
옛날에 좋아하던 영화배우 이름을 기억하고
가족들의 이름을 앞으로는 잊지않을거란 자신감이 있음에,
이제는 신문의 내용을 거의 이해할 수 있음에,
아내에 대한 고마움으로
어떤 글이라도 다 좋다고 아부 같은 야양를 떨 수 있음에....
#477
2015. 01. 04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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