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 문태준(1970~ )
새떼가 우르르 내려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새떼가 몇발짝 떨어진 나무에게 옮겨가자
나무상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번 또 한 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가 한번 출렁했다
출렁출렁하는 한 양동이의 물
아직은 이 좋은 징조를 갖고 있다
어둠을 가르며 누리에 빛이 돋고, 잠 깬 생명들이 역동하는 하루를 여는 시각, 아침이다! 어제의 피로, 어제의 슬픔, 어제의
죄는 밤이 다 씻어간 덕에 기진(氣盡)하던 생명들이 소생하고 천지간에 활력은 넘친다. 시인은 새들이 재잘거리는 아침 풍경
을 산뜻하게 소묘(素描)한다. 대개는 아침 기운은 정결하고 신성하다. 문명을 등지고 숲 속으로 들어갔던 헨리 데이비드 소
로는 “아침에 일어나서 연못의 물로 몸을 씻는다. 그것이 종교다”고 말한다. 아침의 정기를 내면에 품고 사는 사람은 무구(無
垢)하다. 아침이 품은 이 정기를, 이 무구함을, 시인은 한 양동이의 출렁이는 물로 은유한다. 아침 누리에 금빛 가득 찬 것은
좋은 징조다. 침상에 누운 자들이여, 벌떡 일어나시라! <장석주·시인>
- 출처 :[중앙일보] 입력 2015.03.14 00:02 [시가 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