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늘

칠백만원/박형준

향기로운 재스민 2015. 8. 22. 14:22

 

 

 

 

 

칠백만원

 

박형준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식구들 몰래 내게만

이불 속에 칠백만원을 넣어두셨다 하셨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이불 속에 꿰매두었다는 칠백만원이 생각났지

어머니는 돈을 늘 어딘가에 꿰매놓았지

대학 등록금도 속곳에 꿰매고

시골에서 올라왔지

수명이 다한 형광등 불빛이 깜빡거리는 자취방에서

어머니는 꿰맨 속곳의 실을 풀면서

제대로 된 자식이 없다고 우셨지

어머니 기일에

이제 내가 이불에 꿰매놓은 칠백만원 얘기를

식구들에게 하며 운다네

어디로 갔을까 어머니가 이불 속에 꿰매놓은 칠백만원

내 사십 줄의 마지막에

장가 밑천으로 어머니가 숨겨놓은 내 칠백만원

시골집 장롱을 다 뒤져도 나오지 않는

이불 속에서 슬프게 칙칙해져갈 만원짜리 칠백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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