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열두명의 만남 .../김방주

향기로운 재스민 2015. 4. 29. 21:41

 

 

 

 



Hamabe No Uta(해변의 노래) - Mischa Maisky

 

 

열두명의 만남

김방주

 

한달 전에 세운 계획으로

시 이모님을 모시고 서울역에서 만나 동대구 역에서

시동생네 시누네들과 만나 '경주 블루원' 리조트로 가는 길

가재미 회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두번째 오는 리조트에서 짐을 풀며

카텐을 열어젖히며 탁 트인 맞은편의 산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인 듯 반긴다

"참 좋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저녁 식사 전에 간단한 과일을 곁들인 간식을 먹으며

누가 미리 준비한 꽃그림으로 동전 가져가기 놀이를 하잔다

다른 사람의 것은 동전하나도 가져오는 놀이를 못하는 나는

온천수처럼 매끄러운 물로 혼자만의 샤워 물놀이를 즐긴다

저녁식사로 내가 좋아하는 떡국과 연잎찰밥을 맛있게 시식한다음

안압지 야경을 보자며 큰 시동생이 서울 손님을 모시고 가자고 한다

결혼하고 처음 서울에서 집을 마련했을 때 같이 지낸 적이 있는

이 시동생은 다른 식구들 보다 특히 더 가깝게 느껴진다

밤 늦게 연탄을 갈아야 할 경우에도

형수인 나를 대신해서 자주 귀찮은 일도 자진해서 해주고는 했다

연못속의 뿌리가 불빛아래 보이는 나무 모습이 더 황홀해 보인다 

 

서울 집으로 돌아오는 날 아침 

전복죽으로 아침 식사를 한 뒤

경주 박물관으로 방향을 정하고 가는 길에

황남빵과 찰보리빵집을 들린다

이모님이 찰보리빵을 사서 한상자씩 기념으로 나누어 주신다

점심 식사는 맷돌 순두부 원조 집으로 찾아가서 하자고 한다

청송에서 의사를 하고 있는 막내 시누 짝에게 맛있게 먹었다고

얼굴보고 말하고 싶다

기차표를 바꿀 수 있으면 한 군데 더 가려고 하다가 어중간해서

새 경주역으로 가보자고 한다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밖으로 다니기도 그렇고

세째 시누가 올해 경북여고 총동창회 회장이 되어서인지

계속 누군가에서 전화가 오며 바쁜것 같다

다행스럽게 12시 59분 서울로 가는 기차표를 바꿀수가 있단다

기차홈에 여덟명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서울로 가는 사람을 배웅하러

나와 서서 있다 

나는 더 있고 싶은데 보내고 싶으냐며 농담 아닌 농담을 하며

기차에 올라 서운한 마음으로 손을 흔들며

다시 경산 쪽에 계신 아니 더 멀리 계실 아버님 어머님에게 '죄송합니다' 로

마음속으로 인사드리며,

이제는 나도 대구 근처로 와서 자주 어울려 살아도 좋을텐데 .....한다

 

#502

 

2015. 04. 29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