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
전홍준
용돈이니 받으시라고
봉투에 넣기도 민망한 돈을
어머니 손에 쥐어 줄 때마다
느네 살림에나 보태 쓰거라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그돈
도로 놓고 가시곤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병수발로
아플 틈이 없던 어머니
늙지도 않을 성싶던 어머니가
그 어머니가 어느 날, 나도 인자는
틀니라도 좀 해야 쓰겄다 하시는데
막상 틀니를 해 드리려니
걸칠 이가 없다
허망하게 부서져 내린
걸칠 데도 없는 세월이 쓰라리다
나팔꽃
아침에 일어나면 스파이 같은 눈으로 너를 일별한다
지은 죄도 없으면서 오늘도 부끄러운 듯 몸을 열었구나
'아침에 피었다기 저녁이면 지고 마는'*
너는 내게만 치마를 열어주고 바로 몸을 닫지
마릴릴 먼로* 같이
까칠한 내 아침을 휘파람으로 열어주는 여인이여
지나고 나면 생은 순간이지만 과정은 참 지루한 물건이네
내가 권태한 칼을 들이밀어도 언제나 궁굴게 나를 품지
나팔꽃이여!
타작마당에 쌓여있는 짚단 같은 내 생에
떠나지 않고 남아
가녀린 노래로 내게 희망을 피워주는.
*유행가 가사
*미국의 여배우
『아비의 호수』 시집 에서....
시집 <마당을 쓸면서>
<당신은 행복합니까>
<나는 노새처럼 늙어간다>
경남 의령에서 출생 E_ mail ; joon04 @hanmail,net
2015. 07. 22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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