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것
이병률
눈에 뭔가 들어가 있다. 괜히 필요하지도 않은 눈물을 흘렸고 그것도 모자라 인공 눈물까지
샀다.
병원은 커다란 안경을 통해 내 눈동자를 들여다 보았다.
유리 조각이 박혀 있다고 했다.
기다란 바늘이 눈으로 들어왔다. 손가락으로 두려움을 움켜쥐는 사이, 눈은 수면처럼 출렁한다.
빛난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유리 조각이 바늘 끝에 끌려나오고 있었다.
눈내리는 하얀 밤을 잊을 뻔하였고, 그 거리의 무성한 힘들의 기억을 잃을 뻔하여서
나는 말했다.
그 유리 조각을 저에게 주세요. 병원은 작은 병 속에
유리 조각을 담아 주었다.
조각은 날카롭기보다 푸르렀다. 박히기는 좋으나 찌르기엔 부족한 조각은 턱으로 밝기를 받치고 있었다.
여태까지 본 모든 것을 기억하겠다는 것은 살아온 것보다 본 것이 더 단단하리란 것을 믿기 때문일 것이나
유리 조각은 내가 본 모든 것을 가지고 갔다.
나는 불필요한 부위를 영원히 떼어내기라도 한 듯 모호하게나마 마음이 간절해졌다.
*오늘 뉴스....
2015. 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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