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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잠자리, 삶 , 서울의 강, 목련꽃 밤은/지성찬

향기로운 재스민 2016. 5. 24. 22:16




   지성찬 작품



 

Flower Greetings - Thomas Schweizer


고추 잠자리

지성찬


해질녁

고추 잠자리

꽃 잎 물고

잠들었다


그 넓은

하늘을 날다

마지막

고른 자리


가녀린

다리로 짚은

작은 꽃잎이었다



삶이란

지성찬


빗속을 거니는데

비에 젖지 않을 수 있나


젖으면 젖은 대로

그렇게 사는 거지


가다가

햇볕을 만나면

마르기도 하는 거지



서울의 강

_ 황혼, 그바다를 향하여_

지성찬


강물도 이쯤에선 발길이 더뎌진다

한포기 들풀에게 무슨 말을 전해주랴

흙이여, 너는 알리라 下流로 가는 길을


강 따라 길을 낸 후 물새마저 가버렸네

갈 꽃만 홀로 남아 빈 하늘을 지키는데

세월의 푸른 물결은 잠들 수가 없으리


낡아가는 풍물들로 浮沈부침하는 浦口포구에서

마지막 노을빛이 그 몇 번 붉었으랴

흘러서 강은 말한다, 흐른 후에 아는 것을




목련 꽃 밤은

지성찬


나무는 서성이며

백년을 오고 가고

바위야 앉아서도

천년을 바라본다

짧고나 목련꽃 밤은

한장 젖은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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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올려진 詩...


2016. 05. 24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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