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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논의 책/이종암

향기로운 재스민 2016. 5. 26. 21:50

우리나라 논 풍경



무논의 책

 이종암

 

 

 

아버지는 멋진 책을 잘 만들었다

봄과 여름 사이 오월의 논에 아버지

산골짝 물 들여와 소와 쟁기로 해마다

무논의 책 만든다

 

모내기 전의 무논은 밀서密書

하늘과 땅이 마주보는 밀서 속으로

바람이 오고 구름이 일어나고

꽃향기 새소리도 피어나는 무논의 책

 

아버지 어머니 책 속으로 걸어가면

연둣빛 어린 모가 따라 들어간다

초록 치마를 펼쳐놓은 책 위로

하늘이 구름 불러 햇볕과 비를 앉히고

한철 또록또록 그 책 다 읽고나면

밥이 나왔다

무논의 책이 나를 키웠다

 



* 아버지 어머니 책 속으로 걸어 가면

  연둣빛 어린 모가 따라 들어간다...  


2016. 05. 26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