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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玉蜀黍 ) /김상호

향기로운 재스민 2017. 9. 8. 15:22



옥수수(玉蜀黍)

김상호



빈집에 들어가 보니 빈 집이 아니었다

목마른 초목은 비의 노래를 부르고

사랑에 굶주린 여인은 세레나데를 부른다

이제 막 초경을 끝낸 여인이 머리를 풀고

창가에 기대어 선채

임을 기다리면,

낮에는 해를 피해 바람처럼 들러 가시고

밤에는 녹색 다리를 건너 살며시 오신다

꽃송이 엮어 들고 꽃길로 오신다

머리를 풀어 놓은 마중 길에서

기다린 여인의 손을 잡고

달빛 춤이 흥겨워 너울너울 추다보면 피곤에 지쳐

신방(  葉鞘 )의 초례를 치른다

살랑대는 잎의 노래를 들으며

달빛에 한 바람을 자고 나면

다홍빛 여인의 머리는 갈색으로 변하고

몸은 금색의 영과(颖果)를 얻는다

입을 가린 하얀 이빨이 가즈런하다

어느 생의 넋이 될까

달빛 창가에 선 모습이

새참을 머리에 이고

아기를 등에 업고 오는 여인을 연상해 본다




『슬픈 연상』 김상호 시집

<시담포엠 시인선> 007에서

『스토리문학』 2013 시 등단


* 녹번동 '문학공원' 사무실에서 <초록빛 등대> 시집과

<슬픈 연상> 시집 두권을 시인으로 부터 직접 받고 ...

옥수수 詩를 읽고는 올려본다

"새참을 머리에 이고

아기를 등에 업고 오는 여인을 연상해 본다" 라는 글이

늘 엄마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인 것 같아 짠하다....



2017. 09. 08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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