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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간 이유/김방주

향기로운 재스민 2018. 3. 20. 14:00

Joyous Season - Eric Chiryoku


시장에 간 이유

김방주


지난주에는 노량진 수산 시장에 가서

이대로는 억울해서 내 자리를 내 놓을 수 없다는 문어랑

이미 죽은 목숨이니 마음대로 하라는 부서 조기랑

하루라도 반성하며 열심히 살겠다는 힘 없는 우럭을


어제는 기름기를 싫어하는 가문의 대장을 위해서 산적 쇠고기랑

여러 사람들의 순한 마음으로 이어지라는 무국용 쇠고기랑

앞으로도 지금처럼 꽃무늬 맞추어 가면서 재미있게 지내라는

야채를 두부와 함께 섞은 완자용 고기를

누구든 인내심을 오래 지니기를 바라는 마음인 도라지 벗기기를

마음이 차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멀리있는 친구를 그리워 하는 고시리를 

오늘은 희망찬 봄의 향기를 빨리 맡으라는 쑥, 취나물을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해지라는 콩나물 녹두나물을

밖에 나가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푸추, 버섯을

누구나 편안하게 앉아 있기 좋게 고구마를


내일은 그 옛날 아이들 공부 잘하라고 더 먹이고 싶었던

다섯 가지 외에 두 가지를 더한 과일을 사는 날로

배 고프지 말고 살아가라는 떡을 사는 날로

정했답니다

아버님 어머님 다섯명의 동생과 짝들

일년에 한번은 어른들을 뵈어야 할 내 강생이들을 위해서

근처에 없는 것 찾아 시장에 가는 이유 이지요



#699

2018. 0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