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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를 만들어 왔네/김방주

향기로운 재스민 2018. 2. 5. 13:00


 

When We Sail Away - Tony O'Connor




잡채를 만들어 왔네

김방주


토요일 날 오후 네시면 만나는 아이

무엇을 저녁 반찬으로 준비해야 되나 망설이다

아파트 단지내 시장으로 급한 듯이 계단을 내려간다

다른 사람들 보다 먼저 물건을 보아야 좋은 상품을 고르려나 싶어서다

지난번에는 갈비 육계장을 끓였으니

이번에는

제일 큰 토종닭을 사서 쫄깃한 국을 끓여겠구나

다음 옆에 있는 임시  비닐 채소집에서

포항초 두 단, 콩나물, 명란을 사서 올라온다 

아들 며느리 손자도 요즈음 세상은 더 손님 같다고들 하는데

조금은 각자의 식성을 생각해서 배려의 마음으로 그럴 것이다 


올 시간이 되면

계단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와 현관문 쪽 소리에

저절로 귀를 귀울이곤 한다

아이스크림 과자를  손에 쥐고 들어오는 아이에게

왔니? 별일 없었니? 하면서 일주일 동안 안부를 묻는다

아! 그런데 플라스틱 박스가 하나 더 있다

내가 입맛이 없을 때 더 좋아하는 잡채이다

바쁜 일정이 어지간히 해결이 되었나보다

조금 넓은 집에 새로 이사갈 생각하니

어쩜 내 생각이 났나 보다

그래도 잊지 않고 나를 생각해서 만들어 왔으니

'고맙다' 고 두번을 강조하며 웃는다


감기가 들어서 입맛이 없어 입안이 쓰다는 여인을 생각하게 만든다 


집에 돌아가는 시간에 아내 손 꼭 잡고 한길 건너라고

당부하는 것으로 고마움을 대신한다

잘 가! 다음 주에 만나자


#696

향기로운 재스민

2018. 02.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