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 Pavel Panin
나는 뇌물을 받는다
김방주
추석 전 날에 큰며느리는
뇌물이라며 T_ 사츠를 꼭 준비한다
왜 자주 이렇게 주느냐고 하면
어머니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잘 보이고 싶어서란다
작은 며느리는
매주 토요일이면 다섯시 쯤 되어
신랑과 손자를 보여주는 것과,
마음 내키면 가끔 허전한 목에 두르라고
스카프와 가방을 사 주는 것으로
아마도 뇌물이지 싶다
한집에 같이 사는 사람은
내가 원하는 것이면
범위내에서 무엇을 사던
지금까지 쓴 소리 안하는 것으로
뇌물
대신하는 듯....
슈퍼 앞에서 산 가을 단풍 같은 색 윗옷 값은
앞으로도 잘 보살펴 달라는 뇌물이다
싫던 좋던 나는 계속 뇌물을 받으면서
하루 하루를 지내야 한다
아무일 없는 듯
가끔씩 친구들 전화를 받고
글들을 읽으면서
조용히 지내야 한다
조용히.
#733
2019.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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