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빈손....정호승

향기로운 재스민 2011. 9. 14. 22:43

 

 

 

빈손......정호승

 

 

 

나 아기로 태어나 엄마 손을 처음 잡았을 때

나의 손은 빈손이었으나

내가 아버지가 되어 아가 손을 처음 잡았을 때도

나의 손은 따스한 빈손이었으나

 

예수의 손도 십자가에 못 박혀 매달리기 전에

목수로 일하면서 생긴

굳은살이 박여 있는 빈손이었으나

 

지금 나의 손은 그 누구의 손도 다정히 잡아주지 못하고

첫서리가 내린 가을 들판의 볏단처럼

고요히 머리 숙여 기도하지 못하고

얼음처럼 차고 산처럼 무겁다

 

나 아기로 태어나

처음 엄마 손을 잡았을 때는 빈손이었으나

내 손을 잡아준 엄마도 결국

빈손으로 이 세상을 떠나셨으나

 

 

 

 

***아무런 준비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2011.  9. 14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