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시들어도 향기 진한 수선화처럼......효재처럼....에서(에세이)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0. 12. 06:46

 

시들어도

향기 진한

수 선 화 처 럼

 

 

그녀의 남편이 보낸 라면박스 속의 수선화는 비록 시들었지만

얼마나 향기로운 꽃이었을까?

엄밀히 말하면 수선화를 사이사이에 품은 빈 전복 껍데기에 담긴 사연이니...

 

꽃에게 말을 걸며 가꾸는 그녀의 얘기가 아름다워 어제 오늘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 눈 뜨자마자 컴. 앞에 앉아 읽는 중에 "시들어도 향기 진한

수선화처럼"  이란 제목이 마음에 들어 ....... 좋아하는 글을 쳐 보는

습관대로 오늘은 이 글을 쳐 보련다.

 

라면 박스를 열어보니 신문지에 돌돌 말린 전복 껍데기가 우르르르

쏟아졌다. 껍데기 사이사이에서는 시들시들해진 수선화가 함께 묻어

나왔다. 

 

빈 껍데기뿐인 전복도 엉뚱한데 사이사이 수선화가 끼어 있는 건

또 웬일인지 유치원 신발장에 아이들 신발이 오글오글 몰려 있는

걸 보고 그렇게 웃음이 낫는데, 빈 전복 껍데기 사이에서 수선화가

쏟아지니 꼭 아이들 운동화가 와르르르 쏟아지는 것 같아 영문도

모른 채 혼자 한참을 웃엇다.

 

오는 신문지 안에서 비들비들 말라버려 수선화 꽃 모양은 뭉그러졋으나

그 향은 어찌나 진한지. 대접만 한 전복의 빈 껍데기만 우르르 쏟아질 때는

'나도 전복 좋아하는데 어쩜 빈 껍데기만 한 박스를 보냈을까' 싶었는데,

뭉개지고 짓이겨진 채 향기만 진한 수선화 때문에 마음이 순식간에

풀어졌다. 곱게 나이든 여인의 원숙한 아름다움처럼 시들었지만 향은

더 진한 노란 수선화의 그 자태.

 

살이 붙은 전복이 왔다면 '어머, 전복이 크기도 하네!' 이렇게만

생각했을 테지. 빈 전복 껍데기에는 남편의 마음이 담겨 있고,

비들비들 말라가는 수선화에는 학생들의 마음이 담겨 있고, 그렇게나

큰 전복 크기에는 우리 남편 귀하게 대접해준 분에 대한 고마운 내

마음이 담겨졌다

 

이삿짐 쌀 때마다 남편 마음 헤아려 전복 껍데기는 늘 일순위가

되었다

 

십 년을 바람과 비에 씻긴 전복 껍데기는 표면이 씻겨 나가 나무

밑동과 같은 색깔 되었다. 전혀 몰랐던 전복 껍데기의 누드를 보는

경이로움이란. 바닷속에서 자란 전복 겁데기와 땅 위에서 자란

고목의 그루터기가 색깔이며 나이테 무늬까지 어쩜 그리 똑같을까.

 

그래서 나는 알았다. 끝과 끝은 통하는구나.

남편 마음 소중히 간직하면서 알게 되었다. 굳이 밖에 나가서 알려

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이치가 있음을. 마음 담아 오래 두고 보면

깨닫게 되는 세계가 있음을.

 

 

 

*** '아, 그릇 좋아하는 우리 각시는 이걸 그릇으로 쓰겠지.'

생각하며 그런 세심한 마음을 학생들이 수선화를 신문지 사이사이에

끼워 보낸 그 마음이 정겨워서..  ***

 

< 이 책의 글 중에서 제일 인상깊게 읽은 제목이다.>

 

 

 

2011. 10. 12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