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박제된 연가....시집 '낙법'중에서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0. 23. 05:06

 

 

 

박제된 연가

 

 

그대와 함께 날아올랐던 모든 시간의 항적은 구름되고 다시

비가 되어 벌거벗은 대지 위  긴 입맞춤으로 내린다

 

비가 오면 작은 우산 하나로 다 가리지 못해 젖어드는 어깨위

그 빛깔 묻어나오고 물기로 윤이 나던 머리카락 사이 길을

터주던 내 손가락에서도 반짝였다

 

찬 비 데워져 김이 모락모락 오를 때 아득한 그리움으로 다시

피어나는데 그 바닷가 무 방비로 불어닥친 바람의 핑계로

꼭 안겨왔던 체온하며 단속되지 않고 흩날렸던 긴 머리 행간

구분 없이 속삭였던 비음까지

 

우리가 걸었던 모든 길 위의 시간들은 알맞게 건조되어 껍질만

벗겨진 채 언제까지나 밀실 가장자리에 걸려있을 것이다

 

여전히 시퍼롷게 날 선 일기장에 앗, 검지가 베인다 할지라도

아주 덮어버리지는 못할 그때보다지금 더 많이 미안한 사람

알맹이 다 비우고 거덜 난

 

 

 

 

 

***시퍼렇게 날 선 일기장을 지금 대한다면 어쩜

     반쯤은 무디어 졌을거란 생각이 들게 하네요.  ***

 

 

 

 

2011. 10. 23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