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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초상....수메르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 15. 05:00

 

 

 

사랑의 초상 (肖像).....수메르

 

 

낯선자의 시선 같은 햇살도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는 바람도

언제부턴가 기다림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늦은 오후부터 내리던 눈은

주변의 능선을 하얗게 물들이다

여명이 깃드는 새벽이 되어서야 그 기세를 멈추고

미동조차 없는 정적 속에 머물던 의식은

어둠에서 눈을 떠, 빛과 더불어 서서히 움직인다

 

기억이란 가끔 희미해질 수는 있으나

그리 쉽사리 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늘을 덮던 눈이 성급한 바람에 실리면

일말의 위안은 사라지고

정지되어버린 공백,

무거운 침묵을 휘젓고 스며드는

집요한 현실의 환영이 있다

 

얼룩진 기억에 어리는 눈발인 양

그 차갑고 우울한 영역은

투명될 수 있는 것만 인식하면서

훌쩍 커버린 그리움을 안고 머무는

영혼과 영혼을 연결하는 무형의 교량이다

 

오랜 세월 스쳐 지나간

크고 작은 만남을 되새기다 보면

사랑도 때로는 이론보다 하나의 초상을

갖게 해준다.

사랑은

본디 신의 마음을 닮아 온유한 것이어서

열정이기 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갈망,

가슴 설레이는 막연한 동경으로 시작되는데

그것은 이미 사랑이며 간절한 염원이기도 하다

 

고통이면서 순수한 기쁨이기도 한 그 감정은

누구나 마음 안에 영원하길 바라지만

일순간 얼마나 쉽게 다치고 허물어지는지

별이 혼자 빛날 수 없듯이 모른다

누구도 홀로 오연할 수 없는 세상

어차피 이별을 염두에 두지 않은 사랑이라면

높은 하늘을 나는 새들처럼

좀 더 폭넓고 여유러운 미소일 수는 없을까

 

불가사의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노을처럼 떴다가 사라져 가는 언어들

응집되었던 시간이 허공으로 흩어질 때

들리지 않는 탄식처럼 흘러드는 연민의 마디들은

 

겨운 가슴으로 고개를 내민 서러움 끝에

마음 하나 되지 못한 아픔을 노래하고

누군가 머물다 사라진 자리에

슬픈 음악만 조용히 적막 사이를 흐른다

 

 

 

***높은 하늘을 나는 새들처럼

좀 더 폭넓고 여유로운 미소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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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15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