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스크랩] 창자에 대한 소고 / 김순진 ( 낭송 / 김필영 )

향기로운 재스민 2012. 3. 28. 17:36

 

 

창자에 대한 소고


김순진


아버지는 너무나 배고프실 때면
배창주(主)까지 눌어붙었다고 말씀하셨다
언제나 소작농이셨던 아버지는
송아지 맬 말뚝 박을
땅 한 평이라도 가지고 싶어 그려셨겠지

어머니는 늘 횟배가 아프다는 내 배를 쓱쓱 문지르시며
쓱쓱 내려가라 엄마 손은 약손 순지니 배는 똥배
배 아픈 거 배창지(地)까지 싹 긁어 내려가라
남의 산비탈을 일궈 콩을 심는 엄마 역시
가지고 싶은 것은 오직 땅이었으리

그러다 너댓 마지기 땅을 가졌을 때
우리는 정말 태초에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신
창세기의 기쁨을 누렸었다
아버지 이젠 배창세기(創世記)가
꽉 차는 느낌이에요.

어머니  
이젠 콩 심을 땅도 좀 생겼고
배가 고프지도 아프지도 않은데
당신 없는 하늘 아래 산다는 것이
왜 이렇게 갈수록 창자가 허전할까요.


 

출처 : 문학공원
글쓴이 : 김필영(소화모) 원글보기
메모 : 엄마 손은 약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