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bidden Water _ Secret Garden
앵두세배
신순임
토담에 기댄 앵두나무
흰 눈 바가지로 움푹 쓰고 있다
한 울타리 안의 대소가 쩌렁쩌렁 안채 울리며
고방庫房 열어 들락날락
디딜방아는 쿵더쿵궁더쿵
지정(至情)*간 도타운 정분 밤낮 잊고 이어질 제
속절없는 고향 생각 말을 삼킨다
껑껑 얼어붙은 설거지통 피웅피웅 울어 보채고
생나무 태우듯 아린 가슴
다듬잇돌로 꾹꾹 누르는데
백년손님 행차 요란한 정초부터
달을 넘긴 세객들 발걸음
백구가 먼저 나가 반긴다
앵두가 빨갛게 익어야만 갈 수 있는 친정나들이
꿈같이 나설 걸음 아득하고
어버이 안전에 내놓을 앵두는
가슴에서 익는다
물러 익은 생채기에 단 눈물이 흐르고
*지정 (至情) 가까운 친척
『앵두세배』 신순임 시집에서
앵두세배: 정월 지나도록 세객 맞느라 앵두가 익을 때 친정세배를 가는데,
익은 앵두를 가져갔다는 데서 유래
2013. 06. 20.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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