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우를 씻으며/김방주

향기로운 재스민 2015. 11. 10. 15:47

 

 

♬ Loving Cello / Ralf Eugen Bartenbach

 

 

무우를 씻으며

김방주

 

 

얘야! 입동이 지나고 사흘만 지나면

김장을 해도 된다

 

마당 있는 집이 아니더라도

나는 달력 아래 써있는 입동이란 글자를 찾는다

마치 그 날에 엄마를 만나기로 한 약속이나 있는 듯이,

나는 절여진 배추잎 한장에 양념무채 입에 넣어 드리며

엄마의 입맛이 그해 김장맛을 결정한다 여기며

간좀 보아 달라곤 했다

엄마는 "이제 몇번이나 더 김장배추 속을 먹을 수 있나"

하셨었는데....

이제 내가 그 말을 이어 받아야 할것 같은 마음이 든다

배추 몇 포기라도 얼지않은 것으로 어떻게하면 맛있게 할까 싶어

다른 약속도 일도 만들지 않는다 

엄마는 내일이 입동 지나고 사흘이란 날자를 아실려나

무우를 수세미로 빡빡 씻으며 쪽파를 하나씩 하나씩 다듬는 날

멀리 어디에선가 '얘야, 이제는 혼자 할 수 있겠니?' 하실 것 같다

엄마는, 엄마는.....

양파도 안 만지는데 맵다

 

 

#550

2015. 11. 10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