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ving Cello / Ralf Eugen Bartenbach
무우를 씻으며
김방주
얘야! 입동이 지나고 사흘만 지나면
김장을 해도 된다
마당 있는 집이 아니더라도
나는 달력 아래 써있는 입동이란 글자를 찾는다
마치 그 날에 엄마를 만나기로 한 약속이나 있는 듯이,
나는 절여진 배추잎 한장에 양념무채 입에 넣어 드리며
엄마의 입맛이 그해 김장맛을 결정한다 여기며
간좀 보아 달라곤 했다
엄마는 "이제 몇번이나 더 김장배추 속을 먹을 수 있나"
하셨었는데....
이제 내가 그 말을 이어 받아야 할것 같은 마음이 든다
배추 몇 포기라도 얼지않은 것으로 어떻게하면 맛있게 할까 싶어
다른 약속도 일도 만들지 않는다
엄마는 내일이 입동 지나고 사흘이란 날자를 아실려나
무우를 수세미로 빡빡 씻으며 쪽파를 하나씩 하나씩 다듬는 날
멀리 어디에선가 '얘야, 이제는 혼자 할 수 있겠니?' 하실 것 같다
엄마는, 엄마는.....
양파도 안 만지는데 맵다
#550
2015. 11. 10 향기로운 재스민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향기로운 재스민 김방주 (0) | 2015.12.29 |
---|---|
참는다, 내가 /향기로운 재스민 김방주 (0) | 2015.12.18 |
기차위의 쌀/향기로운 재스민 김방주 (0) | 2015.11.07 |
시래깃국/양문규 (0) | 2015.09.23 |
'고' 합니다/김방주 (0) | 2015.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