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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안 밤/향기로운 재스민 김방주

향기로운 재스민 2016. 2. 2. 20:18



Peace Over Troubled Water - Peter Lai
 


       설정 지성찬 작품


골목길안 밤장

김방주


화요일에만 우체국 앞에 밤장이 선다

골목길에 몰려오는 바람을 막아보려고

앉은 키 만큼만  양철로 둘러쳐 있다 


오늘은 

하나로 마트에 가기 전에

밤시장에 간다

먼저 껍질 벗긴 밤 한 되 사는 동안

땅콩을 사는 아주머니

며느리가 사올지 모르지만

밤 한 되 더 주세요 하는 할머니

살까 말까 망설이던 지나가던 새댁도

저도 한봉지 주세요 주문한다

밤 껍질 벗기는 동안 조금 더 서 있으면

사람들이 가던 길 멈추며 사주려나

주춤거리며 교보문고를 향하여 걷는다 


돌아오는 길 눈인사를 나누며

아직 산처럼 쌓여있는 밤

흘깃 훔치듯 돌아본다

지금쯤은 거의 바닥이 보이곘지.

밤이 얼지는 말아야 할 텐데...


#572

2016. 02. 02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