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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만 잘해도/향기로운 재스민 김방주

향기로운 재스민 2016. 3. 1. 11:38



Evions Dream _ Paul Heinerman




한가지만 잘해도

김방주


어느 날

이 옷은 엄마가 원단을 시장에서 직접 사다

만들어 주신옷이에요

"아! 예쁘네요" 

요즈음 그녀의 엄마는 젊은 사람에게 강사 자리를 내 주어야 했다고 하네요

아이 아빠도 좀 신경쓸일이 있어서인지 피로해서인지 별로 이라면서요

며칠 전에는 유아원에 다니는 아이도 열이 나고 아파 병원에 다녔다고 했는데요

강의를 듣는 우리는 나는 가정살림을 겸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어렵구나 라는

생각으로 착잡한 마음이었지요

예전에는 학교 다니다가도, 졸업하고 나서도 적당한 유능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

만나면 결혼하는 것으로 대부분 살아왔는데.


결혼하고 첫애가 있어도 어느 날 바쁜 일로 전 회사에서

많이 다른 나라에 보내야 할 영문 편지가 많을 때 부업처럼 다니던 때가 생각나네요

그렇게 부수입으로 들어온 돈으로 예쁜 큰 접시를 기념처럼 샀던 그 시절이요

요즘같이  연탄 갈 일이 없으면 더 다니기가 수월했을텐데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결혼하고도 돌보아주시는 친정엄마기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요


강의 끝나고 나오면서 나는 브라우스를 만지며 선생님! 엄마에게 '멋지다'고

나이든 학생들이 좋아했다고 말씀드리라고 했다

조금은 울적했을지 모를 선생님의 엄마와 착잡했을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어서다

옆에서 듣고 계신 학생 "저런 옷 못 만들지?"  그럼요 다 잊어버렸지요 대답한다

또 다른 학생은 '저 원단 별로 비싸지 않고 나도 만들 수 있다' 한다 

승강기 안에서 나는 '그녀는 모두 잘해요  한가지만 빼고' 로 칭찬하는 소리를 보탠다

"비단 가난" 이란 詩가 생각나는 날

   '빈틈 없는 사람이란 표현은 칭찬이 아니다 

    울리는 종소리도 공간이 없으면

    퍼져 나가지 못하듯

   빈틈이 없는 사람은 가까이 가기가 힘들다

   비어 있는 공간이 잘 울리는 소리처럼

   틈 많은 사람일수록 인간적일 때가 많다'


가끔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 주시는 선생님이

다음 번에는 더 밝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계시기를 바라며....


#579

2016. 03. 01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