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크기/이후재
깜짝 놀란 아침 신문이 납작 엎드린다
대남 장사정포 발사, 연평도 주민 2명 사망
건물 파괴는 여의도 면적의 세 배
관동지방 해변에 쓰나미 뎦쳐
여의도 면적의 열 배 쑥대밭, 수만 명 매몰
신문기자는 데드라인만 알았지
제곱미터의 크기를 모르나 보다
우산 밑 할아버지 탄식에
영등포 쪽방엔 비가 새고
세월호 희생자 보상금은 몇억이라 해도
6.25 전쟁 유공자는 한 달에 25만 원 받는다
민주 시민이 사는 나라이니 민주식으로
잠시 쉬었다 가라는 우산 밑 여인도
꽤나 품의 면적은 크다
그녀들이 사는 쪽방촌과 창녀촌은
여의도 면적만은 할까
칠 남매를 먹이고 가르치고 결혼시키고
삼 형제는 군대 보내고 전세방 구해 주고
가없는 그 희생과 사랑을 따지면
어머니의 치마폭은 얼마나 큰가
깜짝 놀란 아침 신문을 접으니
여의주가 되지 못한 여의도는
거룻배가 되고 우산이 되고
발병 난 새가 되어 날아간다
『스토리문학』등단
전 KBS 아나운서, PD, 원주방송국장
『뻐꾸기의 나들이』 제 4 시집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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