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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시 (권순진 시집 "낙타는 뛰지 않는다" 출간을 기념하며/이정록

향기로운 재스민 2018. 2. 27. 09:30



When A Child Is Born - Sarah Brightman


순진시



     ㅡ권순진시집 [낙타는 뛰지 않는다] 출간을 기념하며

이정록


 이웃집 아저씨는
농사 지으며 떡방앗간을 한다.
소 키우고 쇠전에서 중개인을 한다.
그러니까 우리 방앗간 떡이,
내가 키운 소가 최고라고 한다.

후배 중에 축협 도축부에서
소와 돼지를 해체하는 시인이 있다.
그는 소고기전문식당도 한다.
가장 맛있는 부위만 들여오기에
자기네 식당이 최고의 맛집이라고 한다.

권순진이라고
황소 같고 떡방앗간 같은 시인이 있다.
글도 소처럼 듬직하고,
까치설날 떡방앗간처럼 뜨겁다.

그의 시는 생김새와 똑같지만
여물처럼 되새김질하다 보면
가슴 속 무쇠솥에서 꽃구름이 핀다.
게다가 남의 시를 풀어서,
씻고 빻고 쪄서 시루떡으로 노놔준다.

절대로 자기 시만 맛있다고,
꽃등심이라고 자랑하지 않는다.
고삐를 제 뿔에 묶고
묵묵히 묵정밭을 쟁기질한다.

일소와 떡방앗간이 쓰는 시를
순진시라고 부른다.


201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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