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화사 花開花謝/매월당 김시습 포천 Herb Island 에서.... 화개화사花開花謝 매월당 김시습 화개사춘화관 花開謝春花官 꽃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다스리나 운거운래산불쟁 雲去雲來山不爭 구름이야 가건 오건 산은 다투지 않는다네 기어세인수기억 寄語世人須記憶 사람들아 내하는 이 말을 부디 기억하라 취환무처득.. 문서 2014.03.11
어떤 채용 통보/반칠환 어떤 채용 통보 반칠환 아무도 거들떠보도 않는 저를 채용하신다니 삽자루는커녕 수저 들 힘도 없는 저를, 셈도 흐리고, 자식도 몰라보는 저를, 빚쟁이인 저를 받아주신다니 출근복도 교통비도, 이발도 말고 면도도 말고 입던 옷 그대로 오시라니 삶이 곧 전과(前過)이므로 이력서 대신 .. 문서 2014.03.06
일처다부一妻多夫로 살다/김상호 일처다부一妻多夫로 살다 김상호 어느 가을 미모의 꿈 많은 똑똑한 처녀가 용기 있고 씩씩한 젊은 남자의 청혼을 받아 결혼하고 살더니 얼마 후 전문기술사와 살고 얼마 후에는 공학박사와 살림을 차렸다 얼마를 지나 기업체 사장하고 살더니 나이가 들어서는 명예가 필요했는지 대학교.. 문서 2014.03.01
그래서, 그리고?, 나비야 나비야/이상훈 Send In The Clowns 그래서, 그리고?/ 이상훈 복싱을 하며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고 하자 웬 주먹질이냐고 했다 제대 후 고등학교 검정고시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자 공장에나 다니지 뭔 공부냐고 했다 6개월 만에 시험에 합격하자 저 놈이 머리는 좀 되는 놈이라고 했다 연극을 시작하자 밥 빌어.. 문서 2014.03.01
가장의 체면/김종목 (1938 _ )을 읽고 나서/향기로운 재스민 Natura - Mar Profundo 가장의 체면 김종목 가만히 누워 있어도 욕먹는 세상이다 무언가 몸을 움직여 돈푼이라도 벌어 와서 식솔들의 목구멍에 밥이라도 떠 먹여야 할 텐데 꿈이나 잔뜩 베갯머리에 쌓아놓고 누웠으면 돈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마누라 잔소리가 바가지로 쏟아지고 아이들의 눈.. 문서 2014.02.28
샛강에 서서/허정분 샛강에 서서/ 허정분 수수만년 누대를 흐른 강물에 눈이 내린다 눈보라치는 혹한 아랑곳없다는 듯 강물은 눈을 먹으며 촤르르, 촤르르, 제 몸에 죽비를 친다 분분한 눈발들이 적막에 길들여진 강기슭에 켜켜이 쌓이는 어스름 녘 가난을 제 부리에 묻힌 새 몇 마리가 직선과 곡선의 골격으.. 문서 2014.02.25
민달팽이/허정분 민달팽이 허정분 마루바닥에 뒹구는 둥근 대접 모서리에 잿빛 문양이 붙어있다 자세히 보니 아기눈썹만한 민달팽이 한 마리가 느릿 느릿 잘못 든 생의 길을 오체투지로 밀고 간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마른 그릇 가장자리를 뿔 두개로 밀고 간 눈물겨운 노역에 손금처럼 말라버린 몸피가 .. 문서 2014.02.25
추일서정/김광균 추일서정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그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러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 문서 2014.02.20
와사등/김광균 와사등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 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사념 덩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 문서 201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