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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씩 시를 재다/김방주

향기로운 재스민 2014. 7. 12. 20:47
 

 

 

 

 

 

 

 

 
 
한 장씩 시를 재다
김방주

 

 

큰 사과 같이 예쁜 그릇 

무엇을 먼저 담으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깻잎김치를 담근다

한 장을 재다보니 친정엄마가 떠오른다

또 한장을 재다보니 농부의 얼굴이 떠오른다

또 한 장을 재다보니 밥을 먹는 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병 간호 따로 노는 것 따로 시 쓰는 것 따로

그간 나의 삶은 서로 흩어졌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초록은

몇 장씩 서로 어깨동무하며 흐트러지지 않는다

한 장 한 장 깻잎을 재다보니

결국 나의 삶은 한 뭉텅이의 고소한 깻잎뭉치였다

문득 궁금한 얼굴이 떠오른다

점심 준비를 위해 멸치 다시마 국물이라도 내고 있을까 

꼬마 손님 맞으려고 현관 앞에 서성이며 있지는 않을까

먹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신나는 동화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얀 쌀밥 숟가락 위에

깻잎김치 한 장 덮어주고 싶다

 

 

#424

2014. 07. 12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