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 갈 때/ 권혁웅.....

향기로운 재스민 2011. 8. 1. 06:31

 

 

 

 

 

내가 던진 물 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 갈 때 /  권혁웅

 

그날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 갈 때

물결이 물결을 불러 그대에게 먼저 가 닿았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듯 물결과 물결이 만나

한 세상 열어 보일 듯했습니다

 

연한 세월을 흩어 날리는 파랑의 길을 따라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대는 흔들렸던가요

그 물결무늬를 가슴에 새겨 두었던가요

내가 던진 물 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 갈 때

강물은 잠시 멈추어 제 몸을 열어 보였습니다

그대 역시 그처럼 열리리라 생각한 걸까요

공연히 들떠서 그대 마음 쪽으로 철벅거렸지만

어째서 수심은 몸으로만 겪는 걸까요

내가 던진 물 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 갈 때

이 삶의 대안이 그대라 생각했던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없는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던 나의 물수제비,

그대에게 닿지 못하고 쉽게 가라 앉았지오

그위로 세월이 흘렀구요

물결과 물결이 만나듯 우리는 흔들렸을 뿐입니다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 한참의 세월이 흐른 다음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나는 어땠을까?  

     옛날을 그리워하며 다시 한번 물수제비를

     던저 보았을까.  아니면 말 없이 하늘을 처다보며

     그래도 그때가 좋았는데 하며...

      눈가에 자꾸만 고이는 이슬을 삼키려고

      오래도록 하늘만 처다보며 구름의 흘러가는

      방향만 좇고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 더 많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쌓으라고

      말하고 싶다.   ***

 

 

 

2011. 8. 1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