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던진 물 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 갈 때 / 권혁웅
그날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 갈 때
물결이 물결을 불러 그대에게 먼저 가 닿았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듯 물결과 물결이 만나
한 세상 열어 보일 듯했습니다
연한 세월을 흩어 날리는 파랑의 길을 따라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대는 흔들렸던가요
그 물결무늬를 가슴에 새겨 두었던가요
내가 던진 물 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 갈 때
강물은 잠시 멈추어 제 몸을 열어 보였습니다
그대 역시 그처럼 열리리라 생각한 걸까요
공연히 들떠서 그대 마음 쪽으로 철벅거렸지만
어째서 수심은 몸으로만 겪는 걸까요
내가 던진 물 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 갈 때
이 삶의 대안이 그대라 생각했던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없는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던 나의 물수제비,
그대에게 닿지 못하고 쉽게 가라 앉았지오
그위로 세월이 흘렀구요
물결과 물결이 만나듯 우리는 흔들렸을 뿐입니다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 한참의 세월이 흐른 다음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나는 어땠을까?
옛날을 그리워하며 다시 한번 물수제비를
던저 보았을까. 아니면 말 없이 하늘을 처다보며
그래도 그때가 좋았는데 하며...
눈가에 자꾸만 고이는 이슬을 삼키려고
오래도록 하늘만 처다보며 구름의 흘러가는
방향만 좇고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 더 많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쌓으라고
말하고 싶다. ***
2011. 8. 1 향기로운 쟈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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