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

오후를 견디는 법/ 오 명선

향기로운 재스민 2011. 8. 16. 16:22

 

 

 

 

오후를 견디는 법....오명선

 

 

몇 겹으로 접혀

낡은 소파에 누었다

 

며칠 현관문이 '외출 중' 을 붙잡고 서 있는 동안

나는 세상에서 방전되었다

 

익숙한 풍경이 커튼처럼 걸리고

빛이 차단된 틈에서

수많은 눈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간다

 

화창한 오후는 그림자를 둘둘 담요처럼 감는다

 

뱉지 못한 문장 뒤틀린 서술들

나는 오래전 어둠에 길들여진 어긋난 문법,

나를 필사하는 오후의 손가락이 한  뼘 길어졌다

흐린 지문으로 나를 한 술 떠 먹는다

 

적막의 두께로

낡은 하루가 완성되었다

 

가끔 손을 넣어 가라앉은 나를 휘저어 본다

 

- 계간 < 시로 여는 세상>     (2011. 여름호)

 

 

 

***가끔씩은 사람들은 기분이 가라 앉는 것 같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때엔 다른 방식으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는가보다 ***

 

 

2011.  8  .16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