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백만원/박형준 칠백만원 박형준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식구들 몰래 내게만 이불 속에 칠백만원을 넣어두셨다 하셨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이불 속에 꿰매두었다는 칠백만원이 생각났지 어머니는 돈을 늘 어딘가에 꿰매놓았지 대학 등록금도 속곳에 꿰매고 시골에서 올라왔지 수명이 다한 형광등.. 시 하늘 2015.08.22
전화/이병초 울밑에선 봉선화 / 김형준 작시 홍난파 작곡 소프라노 김봉임 전화 이병초 날은 저물고 비까지 내리는데 울 엄니 전화도 안 받으시고 어딜 가셨나 밑 터진 비료 푸대에 목을 내고 양팔을 내어 비옷처럼 쓰시고 청닛날 밭에 들깨 모종하러 가셨나 고구마순 놓으러 가셨나 애리는 어금니 소.. 시 하늘 2015.08.05
아침/문태준(1970 ~ ) 아침 - 문태준(1970~ ) 새떼가 우르르 내려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새떼가 몇발짝 떨어진 나무에게 옮겨가자 나무상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번 또 한 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가 한번 출렁했다 출렁.. 시 하늘 2015.03.14
뿔/변희수 뿔 변희수 아파트 동과 동 사이에 서면 늘 바람이 거세다 조금만 불어도 윙윙, 사나운 소리를 낸다 공기의 흐름을 막아놓아서라고 했다 바람이 뿔났다, 사실 막힌 곳이 많은 우리 집에도 여러 마리 뿔이 산다 공기의 흐름이 심상잖은 날이면 서로 으르렁거린다 그런 날엔 뿔을 함부로 세.. 시 하늘 2015.03.12
[스크랩]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100 (목록과 시) 한국 현대시 100주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100 (목록과 시) 제1편 박두진 - 해 제2편 김수영 - 풀 제3편 이성복 - 남해 금산 제4편 황동규 - 즐거운 편지 제5편 김춘수 - 꽃 제6편 서정주 - 동천 제7편 곽재구 - 사평역에서 제8편 김종삼 - 묵화 제9편 오규원 - 한 잎의 여자 제10편 노천명 - .. 시 하늘 2015.03.12
신발論 / 마경덕 신발論 마경덕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무더기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 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 시 하늘 2015.02.22
단 하나의 부탁/김영철 단 하나의 부탁 김영철 같은 꿈길을 걷다 행여 손 놓치더라도 한때는 뜨겁게, 뜨겁게 사랑했으니 숨죽여 우는 등 뒤에 낙서하지 말기를 2015. 02. 05 향기로운 재스민 시 하늘 2015.02.05
30cm 박지웅 30cm 박지웅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거리, 마음을 숨길 수 없는 거리, 눈빛이 흔들리면 반드시 들키는 거리, 기어이 마음이 동하는 거리, 눈시울을 만나는 최초의 거리, 심장 소리가 전해지는 최후의 거리, 눈망울마저 사라지고 눈빛만 남는 거리, 눈에서 가장 빛나는 별까지의 거리, 말하지 .. 시 하늘 2015.02.02
동백 씹는 남자/문인수 동백 씹는 남자 문인수 한 이레 일찍 온 셈이 되어버렸다. 남해 이 섬엔 아직 동백이 활짝 피지 않았다. 완전 헛걸음했다. 꽃샘바람이 차다. 일행 중 좌장께서 이제 겨우 눈 뜬, 쬐끄맣게 핀 동백 한 송이를 꺾어 들고 다녔다. 들여다보고, 향기 맡고, 어린 속잠지 만한 것에 혀 대보고 하더.. 시 하늘 2014.02.26
오늘 하루/공영구 오늘 하루 -공영구 모처럼 저녁놀을 바라보며 퇴근했다 저녁밥은 산나물에 고추장 된장 넣고 비벼먹었다 뉴스 보며 흥분하고 연속극 보면서 또 웃었다 무사히 하루가 지났건만 보람될 만한 일이 없다 그저 별 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라고 자책하면서도 남들처럼 세상을 탓해보지만 세상.. 시 하늘 201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