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신달자,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김선우 Secrets - Giovanni Marradi 국물/ 신달자 메루치와 다시마와 무와 양파를 달인 국물로 국수를 만듭니다 바다의 쓰라린 소식과 들판의 뼈저린 대결이 서로 몸 섞으며 사람의 혀를 간질이는 맛을 내고 있습니다 바다는 흐르기만 해서 다리가 없고 들판은 뿌리로 버티다가 허리를 다치기도 하지만 .. 문서 2015.04.05
사진첩 중에서/쉼보르스키 사진첩 쉼보르스키 가족 중에서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한때 일어난 일은 그저 그뿐, 신화로 남겨질 만한 건 아무도 없다. 로미오는 결핵으로 사망했고, 줄리엣은 디프테리아로 세상을 떠났다. 어떤 사람들은 늙어빠진 노년이 될 때가지 오래오래 살아남았다. 눈물로 얼룩진.. 문서 2015.04.01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이재무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이재무 어항 속 물을 물로 씻어내듯이 슬픔을 슬픔으로 문질러 닦는다 슬픔은 생활의 아버지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고개 조아려 지혜를 경청한다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이재무 시집에서.. 2015. 03. 31 향기로운 재스민 문서 2015.03.31
[스크랩] 이재무 시모음 이 재무 (1958 - ) ㄱ 감자꽃.갈퀴.꽃그늘. ㄴ 낮잠. 내 몸 속에는.너의 부재 이후2. ㄷ 닥터 지바고. ㅁ 물수제비 ㅂ 벌초. 보리.부드러운 복수. 부부. 빈자리가 가렵다. ㅅ 상처.석모도의 저녁. 설야. 쓴다 ㅇ 이별 ㅈ 잘못된 진화. 제부도. 전문가. ㅌ 통나무 ㅎ 해산 감자꽃 차라리 피지나 말 .. 문서 2015.03.26
호박에게 손을 준다는 것/안상학 호박에게 손을 준다는 것/ 안상학 한 구덩이 세 포기 호박이 길을 간다 서로 싸우지 않고 뿔뿔이 삼각형 꼭짓점을 향해 가듯, 정확하게 한 포기는 언덕을 오르고 한 포기는 두둑을 기어가고 한 포기는 한사코 고추밭으로 약진한다 자연스럽다만 어쩌랴 고추밭 넝쿨을 언덕 넝쿨 옆에 슬쩍.. 문서 2015.03.25
틈/김필영 눈꽃... 틈 김필영 생명이 움트는 문이다 위란강(圍卵腔)에 이르러 수정될 때 비로소 한 생명이 수태되는 곳, 허공에도 틈이 있다 봄비가 내리는 것은 아기구름이 사립문틈사이로 마실 나오는 것이다 아장거리는 발자국소리에 미소 짓는 하늘이 틈을 내어주는 것, 새싹의 겨드랑이 틈까지.. 문서 2015.03.24
콩나물에 대한 예의/복효근 콩나물에 대한 예의 복효근 콩나물을 다듬는답시고 아무래도 나는 뿌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무슨 알량한 휴머니즘이냐고 누가 핀잔한대도 콩나물도 근본은 있어야지 않느냐 그 위를 향한 발돋움의 흔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는 콩나물 대가리를 자르진 .. 문서 2015.03.19
독산동 반 지하 동굴 유적지/김성규 독산동 반 지하 동굴 유적지 / 김성규 가슴을 풀어헤친 여인, 젖꼭지를 물고 있는 갓난아기, 온몸이 흉터로 덮인 사내 동굴에서 세 구(具)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시신은 부장품과 함께 바닥의 얼룩과 물을 끌어다 쓴 흔적을 설명하려 삽을 든 인부들 앞에서 웃고 있었다 사방을 널빤지로 막.. 문서 2015.03.17
개똥참외/오탁번 개똥참외/ 오탁번 ​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자유가 싱싱한 평화가 시장바닥에 쌓여 있는 주말 배낭에 한 주일의 불만을 담아 버너에 일곱밤의 성욕을 채우고 떠났다 시외로 가는 버스에 실려 이제하의 푸르디 푸른 냉소는 내 방 오른편 벽을 사시사철 간지럼 태우는데 그대는 아는가, .. 문서 2015.03.16
저 일몰/권혁웅 저 일몰/ 권혁웅 그대 마음이 만만(滿滿)했다고 내가 거둬 낸 건 거품일 뿐이라고 터진 미더덕에 덴 혀로 더듬거리는 저녁이 내게도 있었지 저 일몰 어디쯤 내가 앉기를 거절한 저녁 식사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을지 몰라 그래서 온통 붉었던 건지도 몰라 레인지에 올려 둔 해물탕처럼 딱 .. 문서 201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