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돌목/문숙 울돌목 / 문숙 둘이 합쳐지는 곳엔 언제나 거친 물살과 울음이 있다 서해와 남해가 만나 수위를 맞추느라 위층이 시끄럽다 늦은 밤 쿵쿵 발자국 소리와 새댁의 흐느낌이 들려온다 한쪽이 한쪽을 보듬는 일이 아프다고 난리다 마음 섞는 일이 전쟁이다 우루루 우루루 가슴 밑바닥으로 바.. 문서 2015.02.04
七步詩/曺植조식 七步詩 일곱 걸음에 지은 시 조식 曹植 192 ~ 232 煮豆燃豆기 콩을 삶는데 콩대를 때니 豆在釜中泣 솥 안에 있는 콩이 눈물을 흘리네. 本是同根生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는데 相煎何太急 어찌 그리도 세차게 삶아대는가. 기(艸+其 ; 콩깎지, 콩대) 위(魏) 나라 조조(曹操)는 평소에 문학적.. 문서 2015.02.03
벚꽃이 되다/김방주 벚꽃이 되다 김방주 며칠 전에 보낸 내 꽃엽서를 받으셨나요 지난 밤 갑자기 찾아온 그녀 옆에서 밤새도록 연분홍의 언어를 나누고 싶었다는 당신 생선뼈를 발라주어야만 먹고, 봄꽃게도 속살을 발라주어야만 먹는다던 당신 벚꽃 피는 모습을 두 번이나 같이 보지 못했노라며 프라이팬.. 문서 2015.01.29
[스크랩] 이정하의 詩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가까운 거리 가늠할 수 없는 거리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가로등 간격 간격 간격 개화 갑자기 눈물이 나는 때가 있다 감옥 감옥 겨울, 저무는 황혼의 아름다움 겨울 나무 거짓 웃음 겨울 성별식 겨울 성별식 고독하다는 것은 고슴.. 문서 2015.01.27
[스크랩] 당신의 별난 식탐/ 이선영 당신의 별난 식탐/ 이선영 당신이 내 곁에 없다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당신을 찾으려 괜한 잠에도 들어보고 바르트의 책장을 넘기며 낡았어도 늘 새로운 사랑의 단상들을 뒤지고 당신이 써놓고 간 편지를 되풀이 읽으며 행간에 눈길이 멎고 젖가락이 집어 올리는 밥알들을 헤어보고.. 문서 2015.01.27
[스크랩]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 문서 2015.01.23
구름의 서쪽/조용미 구름의 서쪽/ 조용미 당신은 내가 모르는 사이 죽음 근처에 다녀왔소 당신이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요 당신은 내게 항상 부재하는 실재였으므로 어쩌면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을지도 모르오 하지만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닐 것이오 무엇이 사라질 때마다 내가 그 사실을 어떻게.. 문서 2015.01.16
후조/김남조 후조/김남조 (낭송:도경원)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로운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철 삶의 백 가지 간난을 견딘다.. 문서 2015.01.11
갈대/마종기 Only Our Rivers Run Free / James Last 갈대/마종기 바람 센 도로변이나 먼 강변에 사는 생각 없는 갈대들은 왜 키가 같을까. 몇 개만 키가 크면 바람에 머리 잘려나가고 몇 개만 작으면 햇살이 없어 말라버리고 죽는 것이 쉽게 전염되는 것까지 알고 있는지, 서로 머리 맞대고 같이 자라는 갈대. 긴 .. 문서 201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