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 나팔꽃/전홍준 틀니 전홍준 용돈이니 받으시라고 봉투에 넣기도 민망한 돈을 어머니 손에 쥐어 줄 때마다 느네 살림에나 보태 쓰거라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그돈 도로 놓고 가시곤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병수발로 아플 틈이 없던 어머니 늙지도 않을 성싶던 어머니가 그 어머니가 어느 날, 나도 인자는 .. 문서 2015.07.22
들꽃/구광렬 들꽃 구광렬 주인 없어 좋아라 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어라 이름 없어 좋아라 송이송이 피지 않고 무더기로 피어나 넓은 들녘에 지천으로 꽂히니 우리들 이름은 마냥 들꽃이로다 뉘 꽃을 나약하다 하였나 꺾어보아라 하나를 꺾으면 둘 둘을 꺾으면 셋 .. 문서 2015.07.21
[스크랩]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 이가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 이가림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모래알 같은 이름 하나 불러 본다 기어이 끊어낼 수 없는 죄의 탯줄을 깊은 땅에 묻고 돌아선 날의 막막한 벌판 끝에 열리는 밤 내가 일천 번도 더 입맞춘 별이 있음을 이 지상의 사람들은 모르리라 날마다 잃었다가 되찾는 눈동자 먼.. 문서 2015.07.17
내가 본것/이병률 내가 본 것 이병률 눈에 뭔가 들어가 있다. 괜히 필요하지도 않은 눈물을 흘렸고 그것도 모자라 인공 눈물까지 샀다. 병원은 커다란 안경을 통해 내 눈동자를 들여다 보았다. 유리 조각이 박혀 있다고 했다. 기다란 바늘이 눈으로 들어왔다. 손가락으로 두려움을 움켜쥐는 사이, 눈은 수면.. 문서 2015.07.12
바늘 끝에서 피는 꽃/이사랑 바늘 끝에서 피는 꽃/ 이사랑 청석골의 단골 수선집 늙은 재봉틀 한 대 아마, 지구 한 바퀴쯤은 돌고도 남았지 네 식구 먹여 살리고 아들 딸 대학까지 보내고 세상의 상처란 상처는 모조리 꿰매는 만능 재봉틀 실직으로 떨어진 단추를 달아주고 이별로 찢어진 가슴과 술에 멱살 잡힌 셔츠.. 문서 2015.07.10
시/두르가 랄 쉬레스타 (네팔 시인) 시- 두르가 랄 쉬레스타 ​시간이 나를 놓아두고 앞으로 가듯 아니면 내가 나에게서 도망가듯 내 버린 봇짐 같은 내 몸 눈에 저절로 고이는 눈물로 시를 쓴다 그렇게 쓴 시를 다시 읽는다 그러면 나는 다시 이슬이 되어 구른다 이른 아침잠을 깬 풀잎을 보면 거기 울고 있는 내 모습 보.. 문서 2015.06.23
사글세, 사 글세/전하라 사글세, 사 글세 전하라 집에 들어가는 길목 언저리 할머니 한 분 쑥 한 움큼, 미나리 한 움큼, 달래 조금 좌판을 펼쳤다 사, 글세 더 준다니께 오늘은 두 번이나 어긴 사글세 내는 날 이리저리 억지로 아귀를 마친 나는 주인의 억지가 너무 쟁쟁해 사라고 발목을 잡는 할머니의 부탁을 들.. 문서 2015.06.13
그거 아세요/김순진 Relax - Karunesh 그거 아세요 김순진 그거 아세요 그림자는 크고 작게 신축적으로 늘어나지만 누구를 우롱치 않으며 기죽지도 않는다는 거 그거 아세요 그림자는 얼굴이 없지만 화내지도 남의 말을 옮기지도 않는다는 거 그거 아세요 그림자는 화장을 하거나 향수를 뿌리지 않고 옷 한 벌로.. 문서 2015.06.13
참새/임영석 참새 임영석 참새는 제가 살 집을 짓지 않는다. 집을 지어도 제 새끼를 키우기 위한 것으로 마지막 지붕은 제 몸을 얹어 완성한다. 제 새끼에게 어미의 온기만 주겠다는 것이다. 머리위 은하수 별빛을 맘대로 바라보고 포롱 포로롱 하늘을 날아가는 꿈을 주고 있다. 참새는 제 자식에게 다.. 문서 2015.06.05
마흔두 개의 초록/마종기 마흔두개 의 초록 마종기 초여름 오전 호남선 열차를 타고 창밖으로 마흔두 개의 초록을 만난다. 둥근 초록, 단단한 초록, 펴져 있는 초록사이, 얼굴 작은 초록, 초록 아닌 것 같은 초록, 머리 헹구는 초록과 껴안는 초록이 두루 엉겨 왁자한 햇살의 장터가 축제로 이어지고 젉음 초록.. 문서 201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