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대기 -전기호 오빠에게/전하라 작대기 - 전기호 오빠에게 전하라 헤엄치고 싶어 큰 대야에 빨래를 이고 냇가로 간다 논매다 흙투성이가 된 아버지의 바지 밭에서 짓이겨진 바짓가랑이에 풀독이 배인 엄마의 바지 하루 종일 지게를 지고 다닌 둘째오빠의 낡은 티셔츠 거무죽죽한 빨래들을 방망이로 두들기다 말고 물로 .. 문서 2015.12.07
11월의 붉은 기도/권순진 Falling - Loren Gold 11월의 붉은 기도 권순진 태풍은 비켜가고 격랑은 멈췄습니다 둘둘 말리고 있습니다. 몇은 지전을 세기 위해 손가락에 침을 바르는데 나는 줄 그으진 빈 종이만 만지작 거립니다 그럼에도 그대의 은총에 무릎을 꿇습니다 한해의 끄트머리 한 발 앞에서야 퍼득이지 않아도 .. 문서 2015.12.06
해는/김순진 오목교 _ 5호선 지하철 양평역에서 고려대 평생교육원 시창작반 김순진 교수님의 "해는" 이라는 시를 올림 문학공원 대표 2015. 12 04 향기로운 재스민 문서 2015.12.04
빛/류명남 빛 류명남 빛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직접 어두운 곳을 찿아갔을 때 비로소 반짝이는 것이다. 빛이 빛날 수 있는 것은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어둠의 배려 때문이다 만약 어둠이 벌떡 일어선다면 아무리 화려한 빛이라도 곧 퇴색되고 말 것이다. 세상에는 영원한 빛도 어둠.. 문서 2015.12.02
풀 & 첫눈 생각/김재진 풀 김재진 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 알고 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다 베이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지만 비명 대신 풀들은 향기를 지른다 들판을 물들이는 초록의 상처 상처가 내뿜는 향기에 취해 나는 아픈 것도 잊는다 상처도 저토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 (김재진·시인, 1955-) 첫눈.. 문서 2015.11.28
굴뚝 消除夫 /오탁번 굴뚝 消除夫 오탁번 수은주의 키가 만년필 촉만큼 작아진 오전 여덟시 씽그의 드라마를 읽으려고 가다가 그를 만났다. 나는 目禮를 했다. 그는 녹슨 북을 두드리며 지나갔다. 나는 걸어가는 게 아니라 자꾸 내 앞을 가로막는 서울의 祭基洞의 겨울 안개를 헤집으며 나아갔다. 개천의 시멘.. 문서 2015.11.22
마흔 두개의 초록 &/마종기 마흔두 개의 초록 (외 2편) 마종기 초여름 오전 호남선 열차를 타고 창밖으로 마흔 두 개의 초록을 만난다. 둥근 초록, 단단한 초록, 퍼져 있는 초록 사이, 얼굴 작은 초록, 초록 아닌 것 같은 초록, 머리 헹구는 초록과 껴안는 초록이 두루 엉겨 왁자한 햇살의 장터가 축제로 이어지고 젊은 .. 문서 2015.11.03
물/임영조 물 임 영 조 무조건 섞이고 싶다 섞여서 흘러가고 싶다 가다가 거대한 산이라도 만나면 감쪽같이 통정하듯 스미고 싶다 더 깊게 더 낮게 흐르고 흘러 그대 잠든 마을을 지나 간혹 맹물 같은 여자라도 만나면 아무런 부담없이 맨살로 섞여 짜디짠 바다에 닿고 싶다 온갖 잠념을 풀고 맛도 .. 문서 2015.11.03
초행& /고두현 달의 뒷면을 보다 —바래길 연가·섬노래길 고두현 송정 솔바람해변 지나 설리 해안 구비 도는데 벌써 해가 저물었다 어두운 바다 너울거리는 물결 위로 별이 하나 떨어지고 돌이 홀로 빛나고 그 속에서 또 한 별이 떴다 지는 동안 반짝이는 삼단 머리 빗으며 네가 저녁 수평선 위로 .. 문서 2015.11.02
홍탁/문인수 홍탁 문인수 홍어회는 술안주다, 어두운 마음이 검은 발자국처럼 납작 숨죽여 바닥인 놈, 씹는 중이다, 잘 삭힌 독 毒, 아니 살짝 썩힌 生이다, 그리움은 절대로 눈앞에 다가오지 않고, 오지 않는 것만이 그리움이어서, 오래 기다리는 마음은 망하고 상해서 역하다, 한방 되게 쏘는 일침, .. 문서 201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