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진〕떡/향기로운 재스민 김방주 〔김순진〕 떡 젊은 엄마를 장사지내던 그날 억수로 비가 내렸습니다 관을 넣을 관정은 사각의 우물이었습니다 밥이 모자라 늘 김치죽을 끓이던 엄마를 물 말은 밥을 너무도 싫어하던 엄마를 늘 떡을 소원하던 엄마를 기어코 물에 말았습니다 흠뻑 비 맞은 엉덩이가 함지박 같은 여자들.. 문서 2016.02.23
김남조 詩 모음 김남조 시 모음 67편 ☆★☆★☆★☆★☆★☆☆★☆★☆★☆★☆★ 너를 위하여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것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 문서 2016.02.09
가정/박목월 가정 /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六文三)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 문서 2016.02.06
젊은 사랑 _ 아들에게/문정희 젊은 사랑- 아들에게/ 문정희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때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 한 알에도 우주가 녹아들곤.. 문서 2016.01.27
성병聲病에 걸리디/유안진 성병聲病에 걸리다 유안진 하느님 저는 투명인간인가 봅니다 바로 앞 바로 옆에 있어도 없는 듯이 여깁니다 불쾌하고 기분 나빠 ‘있다’고 ‘나’라고 주장하다가 지쳐 그만 성병(聲病)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로마제국의 초기 그리스도교도처럼 순교(殉敎)를 영광과 환희로 맞았던 초기.. 문서 2016.01.20
[스크랩] 七步詩 칠보시 七步詩 칠보시 위나라 왕 조조(曹操)는 맏아들 조비曹丕와 셋째 아들 조식曹植이 있었는데 조식曹植은 총명하여 학문에 능함에 부모의 사랑을 받았으나 조비曹丕는 권모술수에 능했다고 합니다. 조조(曹操)가 죽고 왕위를 계승한 조비曹丕는 어느 날 구실을 붙여 동생 조식曹植을 치죄하.. 문서 2016.01.13
촉도 시집/ 나호열 촉도(蜀道) 나호열 경비원 한씨가 사직서를 내고 떠났다 십 년 동안 변함없는 맛을 보여주던 낙짓집 사장이 장사를 접고 떠났다 이십 년 넘게 건강을 살펴주던 창동피부비뇨기과 원장이 폐업하고 떠났다 내 눈길이 눈물에 가닿는 곳 내 손이 넝쿨손처럼 뻗다 만 그곳부터 시작되는 촉도 .. 문서 2016.01.05
[스크랩] 이별한 자가 아는 진실/ 신현림 이별한 자가 아는 진실/ 신현림 담배불을 끄듯 너를 꺼버릴 거야 다 마시고 난 맥주 캔처럼 나를 구겨버렸듯 너를 벗고 말 거야 그만, 너를, 잊는다고 다짐해도 북소리처럼 너는 다시 쿵쿵 울린다 오랜 상처를 회복하는 데 십년 걸렸는데 너를 뛰어넘는 건 얼마 걸릴까 그래, 너는 나의 휴.. 문서 2015.12.12
행복의 계단/이후재 행복의 계단 이후재 창문을 넘어온 손수건 한 장 같은 아침 말간 햇살과의 만남이 첫 계단 작은 식탁에 앉아 아내의 손맛에 취하고 날마다 감개무량하다면 두 번째 누군가의 초대로 길을 나서며 이웃의 온기 머금은 인사를 받는 것은 세 번째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살포시 포옹하는 두 나비.. 문서 2015.12.11
<윌리엄 해밀턴 쇼>책/김순진 중 "이웃"이별離別을 告하는 詩 이별離別을 告하는 詩(이웃) 김순진 꽃동산 참나무 숲 사이로 빛살처럼 쪼개진 내 가슴과 바위의 꿈과 팔월 여름밤 메기 낚시를 하던 카바이트불로 모여들던 불나비들도 싹둑 베어 넘어가는 무네미 논의 벼이삭들도 눈 내린 아침 뭉쳐보던 눈 뭉치의 추억도 저,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 문서 201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