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천향미 어머니 / 백영규 동해남부선 천향미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방향 창가에 앉아 내 유년에 개가한 엄마의 철길위로 ‘엄마’하고 나직이 불러본다 입김어린 차창에 언니이름 먼저 쓰고 차창이 흐려지기를 기다렸다 다시 ‘미야’ 작은 글씨로 내 이름을 적었을 그리고는 이내 뿌옇게 .. 문서 2015.10.25
데칼코마니 _아버지/김원식 데칼코마니 _ 아버지 김원식 아버지는 칭찬도 화를 내며 하셨다 전교 우등상을 받던 날 궐련을 물며 아버지는 혀를 차셨다 "노름판에 논밭뙈기 싹 날려 불고 저것을 어찌 갤켜, 먼 조화여 시방." 눈보라에 빈 장독 홀로 울던 새벽, 몰래 생솔가지로 군불을 떼주시며 한숨이 구만구천 두이.. 문서 2015.10.21
오지/김종웅 오지 천상병귀천문학상 우수상 김 종 웅 오지 아닌 곳 어디 있으랴 문을 걸어 잠그면 옆집도 오지다 화병에 꽂힌 꽃의 이름이 솔깃해서 귀를 열어 그 꽃이 걸어온 길을 들여다보면 꽃의 발아래 흐르는 물소리는 들을 것이다 계절보다 먼저 일어나 어둠의 소리를 쫓고 숙연히 합장하는 숲.. 문서 2015.10.19
어느 모자의 초상/소강석 2015 귀천 문학 대상 어느 모자의 초상 소강석 깊은 저녁, 찜질방 한 구석 두 어린 자녀와 함께 잠을 청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다 예닐곱살 된 어린 아이가 얇고 하얀 소라껍질 같은 조그만 손으로 한쪽으로 기운 엄마의 지친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 모자의 쓸쓸한 모습이 고독한 고흐의 점묘화처럼 다가.. 문서 2015.09.30
거미/황성진 .Full Moon Romance - Patrick Stafford 거미 황성진 당신 너무 보고 싶어 오늘도 줄을 칩니다 손님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떠난다 해도 언젠가 그대 마음에 밑줄 칠 날 있겠지요 *2004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스토리문학 <가을호> 92호 에 신작시조 란에서..... 거미는 그대가 보고 .. 문서 2015.09.26
소릉조 _ 70년 추석에 /천상병(1930 _ 1993) 소릉조 _ 70년 추석에 _천상병(1930 ~1993)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것인가. * 가난의 서러움을 한평.. 문서 2015.09.18
안으로 들어가기/구중서 경기도 광주 안으로 들어가기/ 구중서 들떠서 대문 밖 나서는 하루가 돌아오는 밤이면 뉘우치기 일쑤다 덧없이 서성인 날이 스스로 허전하다 밖으로 나가는 하나의 길이 있다 그것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저절로 세상을 향해 문이 열릴 때까지 - 시조집『세족례』(고요아침, 2012) ........ 문서 2015.09.17
꽃놀이패/안성덕 꽃놀이패 안성덕​ ​ 우하변에 매화 반발하고 좌상귀 복사꽃 분분하네 ​ 계란 삶고 김밥 말아 꽃구경 한 번 못가고 봄날은, 갔네 산번지 까치집도 좋으니 문패나 한 번 걸어보겠다고 알탕갈탕 사이다 한 번 못 먹인 딸아이는 여태 목이 메는지 지금도 자주 제 가슴팍을 치네 .. 문서 2015.09.08
그만 내려놓으시오..../공광규 그만 내려놓으시오 공 광 규 인생 상담을 하느라 스님과 마주 앉았는데 보이차를 따라놓고는 잔을 들고 있어보라고 한다. 작은 찻잔도 오래 들고 있으니 무겁다. ㅡ 그만 내려놓으시오. 나는 팔이 시원해졌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떠나야 바다에 이른다는 말씀이.. 문서 2015.08.24
동백/전홍준 동백 전홍준 동 백은 참 등을 많이 달고 있다 색시 얼굴도 못 보고 장가 간 내 할아버지의 신방 앞에서 뒷골 여우가 무서워 품으로 파고드는 아내를 눙치는 남편의 사랑을 겨울밤 언 손 불어가며 은은히 밝혀주다 불콰한 봄꽃들 거들먹거리면 초개 같이 목숨 던져 길을 열어주는. 2015. 07. 2.. 문서 2015.07.28